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아름다운 봄입니다. 따뜻한 남쪽나라는 벌써 벚꽃이 다 피고 지었고 아파트 화단마다에는 철쭉이며 진달래가 화사하게 웃습니다. 좀 늦게 피라고 1월에 심어놓은 튤립도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만개하려고 서두르고 있네요. 그래서 사무실 베란다에 화단을 만들고 국화며 봉선화, 채송화와 백일홍 등 여러 가지 꽃씨들도 뿌렸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사무실에 와서 춤추며 한바탕 놀다가 가실 할머니들이 화사한 꽃을 보면서 즐겁게 웃으시기를 바라면서 정성을 다해서 심고 가꾼답니다.
이제는 평균 나이 70세를 넘기시는 저희 동네 할머니들은 저만 보면 늘 외우신답니다. 음식물쓰레기가 넘쳐나는 한국에 와서 살아보니 천국이 따로 없다고 하시면서 이 좋은 곳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시거든요.
탈북민 할머니 :아이구 여기 한국에 와서 사니깐 북에서는 없어서 못 먹던 게 여기와 너무너무 잘 먹고 행복하고, 음식물 쓰레기랑 많이 나가니깐 저것도 아까운데 하는 생각을 많이 들고 북한에 생각도 많이 나고 우리도 아껴서 북한에 지원했으면 좋겠다 생각을 많이 하지
그렇습니다. 먹을 것이 넘쳐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저희도 처음에 한국에 와서 음식물을 버리는 사람들을 비난도 하고 또 고향을 잊고 산다고 손가락질을 할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정작 오랜 한국생활을 하다 보니 저의 집 냉장고 안에서 야채들이 썩어나가고 유통기한이 언제인지도 모를 냉동 식품들이 냉동실 한쪽 구석을 자리 잡고 있는 줄을 미처 몰랐더라고요.
한국에서 말하는 음식물 쓰레기란 먹다가 남은 음식뿐만 아니라 식품의 판매와 유통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가정과 식당 등의 조리과정에서 식품을 다듬으면서 버리는 재료와 먹다 남긴 음식물, 식품을 보관했다가 유통기한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는 야채나 고기 그리고 물고기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러면 현재 한국에서 해마다 넘쳐나는 음식물쓰레기는 몇 톤인지 알아볼까요?
남한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하루에 생기는 양은 1만3천톤 정도입니다. 서울에서 제일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되는데 그 양은 하루 평균 3천톤 정도입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매일 정기적으로 배출되는 곳은 가정이기도 하지만 음식점과 급식소 등에서도 많이 나오고 또 대형 상점 같은 곳에서도 김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식품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 처분을 하기 때문에 그것들은 모두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가 됩니다.
이 음식물 쓰레기는 땅에 묻거나 태워버리지만 일부는 사료와 퇴비로 재활용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소금기가 있어서 밭에 직접 내지 못하기에 처리하는 데만 드는 비용이 상당했는데 지금은 재활용 업체에서 소금기를 빼내고 가축들 사료나 비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남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 쓰레기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감독하고 수거까지 하도록 되어 있는데 재활용해서 쓸 수 있는 종이나 비닐, 유리병과 양철 같은 쓰레기들은 따로 모아서 공장에 가져가고, 헌 옷가지며 신발도 버리지 않고 수거함에 넣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아무데나 막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통이 있어서 거기에 넣으면 전자계산기가 각 집에서 얼마씩 버렸다는 것을 계산해서 월마다 쓰레기를 버린 값을 내게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가 따로 있고 안타는 쓰레기도 따로 건사했다가 버린답니다.
탈북민 저희는 늘 이야기 합니다. 북한에서는 너무 귀한 음식들이어서 버릴 생각조차 못하던 음식물들을 배부르고 삶이 유족해지니 하대를 한다고 말이지요. 가끔가다 저 스스로 저를 자책합니다. 인간의 입이 참으로 간사해서 북한에 있을 때에는 밥 한 공기 원 없이 먹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밥 한 공기에 간장을 비벼서라도 먹어보는 꿈도 꾸었지요. 그랬는데 이제는 쌀의 품종을 골라가면서 구매를 합니다.
햅쌀인지 묵은 쌀인지도 고릅니다. 북한에서 쌀을 살 때는 햅쌀을 되도록 피했지요. 이유가 햅쌀은 수분이 많아서 밥이나 죽을 쑤어도 양이 줄어들고 오래 묵은 쌀일수록 많이 불어나기에 쌀이 얼마나 가벼운가를 보고 구매를 했지요.
쌀을 이야기 하니 배고파 죽은 오빠를 묻던 날 오빠의 무덤 앞에서 드린 하얀 이밥 한 공기를 드리니 아버지가 누가 볼세라 뚝딱 드시고 나서 저를 보고 어색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눈물 없이 이야기 할 수가 없는 저의 삶에서 가장 주된 이야기가 굶주림이죠. 그런 제가 지금은 남한에서 언제 배고픈 적이 있었던가 싶게 음식물 쓰레기이야기를 하네요.
만약 아직도 내가 북한의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더라면 이 풍요로운 삶을 과연 상상이나 해볼 수 있었으며, 먹는 것에 만족할 수 있었을까요? 늘 자신에게 이 질문을 하고 그때의 생활을 잊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넘쳐나는 대한민국의 이 쌀과 맛있는 음식들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우리 민족이 골고루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날이 빨리 다가왔으면 참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자유아시아방송 RFA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