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대통령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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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과 뜻 깊은 기념식에 참석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지난주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김해 지역 국민의 힘 당원으로 초대장을 받았답니다. 제가 속한 김해시에서는 당 협회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새벽 3시에 출발한다기에 시간을 놓칠까 봐 잠도 안자고 준비를 하고 갔더니 새벽 2시인데 아무도 없어서 차 안에서 혼자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네요. 그렇게 지지하고 응원했던 대통령의 취임식장에 간다고 하니 괜스레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도 하면서 아이처럼 들뜨고 즐거운 기분이었던 것 같네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 6.25전쟁 때 북한에 포로가 되어 수 십년을 억류됐다가 탈북하여 고향에 돌아온 국군포로 어르신들을 초대를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대통령 중에 처음으로 국군포로들을 챙기시는 모습도 감동이었지만 3대가 세습으로 통치하는 북한에서 태어나서 자란 저희들의 눈에는 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제와 대통령선거 모두 신기하기만 할 뿐입니다.

물론 북한에서 한국의 대통령제에 대하여 아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정작 한국에 와서 민주주의 선거방식과 대통령 취임식에 다녀온 소감으로는 솔직히 놀랍다는 그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에 살 때는 대통령을 바꾸지 않아도 준비된 대통령이 늘 있다는 것을 행복이고 자랑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죠.

대통령 취임식은 한국의 수도인 서울 여의도에 자리를 잡은 국회의사당 넓은 광장에서 있었는데요. 대통령이 있어야 할 청와대가 아닌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이유는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당략으로 내세우고 취임식 당일부터는 국민들이 와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신은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건물에서 업무를 볼 것이라고 이미 전부터 밝혀왔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새벽 내 달려서 서울 시내로 들어갔으나 여의도로 들어가는 길목은 차량들로 꽉 차있었고 기념식에 늦을까봐 저희 모두 버스에서 내려서 국회의사당 건물을 가로질러서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들어갈 수가 있었답니다. 이미 많은 초청 인사들로 가득한 광장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날씨도 따뜻하고 하늘에는 무지개도 보여 새로 5년간 한국을 대표할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대통령의 연설에서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았던 단어는 “자유”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단어를 35차례나 언급했는데요. 탈북해서 자유를 찾아서 목숨을 걸고 두만강, 압록강과 메콩강에 목숨을 건 이들이 얼마였던가 생각해보니 가슴 한켠이 먹먹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 같은 야외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장 여기저기는 통행로가 열려져 있고 사람들이 자유로이 다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대통령이 참가하는 행사는 개미 한마리 얼씬하지 못하게 단속하고 미리 준비된 사람들만 자기 자리에 착석하는 것인데 이번 대통령 취임식은 자유라는 단어와 걸맞게 자유로웠습니다. 물론 행사장에 입장할 때는 미리 받은 초청장과 신분증을 대조해서 참가증을 목에 걸고 검문대를 지나서 입장하였지만 행사장 안은 너무나도 자유로운 공간이었습니다.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수많은 참석자들이 참가하였고, 입구 여기저기에 서있는 자원봉사 조끼를 입은 분들이 행사를 위한 순서지와 생수며 부채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저도 함께 간 시 의원님들과 함께 봉사자들이 주는 물품을 받아 들고 적당한 자리를 골라서 앉았습니다.

행사 내내 공연과 순서들을 보면서 만약 내가 이런 큰 행사에 참가했다면 북한이라면 당의 비준을 받고 충성심도 높아야 할 것이며 거기에다가 북한식의 이런 1호 행사에 참가하면 기념사진도 찍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선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모두 흥분을 해서 자기 생각들을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속해있는 당이면 여당,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당은 야당이라고 하는데 한국은 늘 여당과 야당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인사를 발탁하는 문제도, 경제적인 문제도 그리고 남과 북이 가지고 있는 안보문제도 여당이 발의를 하면 야당이 반대를 해서 발목을 잡고 이런 식입니다. 쉽게 모두가 찬성해서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하는 법안은 정말 보기 드문 일입니다.

북한이 고향이기에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새정부는 어떻게 이끌지 관심사였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한이 잘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자신들이 노력하여 일구어낸 만큼의 결실을 가져오는 곳 그곳은 다름 아닌 자유가 있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곳이라고 말 할 수가 있겠죠.

김해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 선출된 대통령을 보기 위해 갔는데 모두가 신비스럽다고 하는 말이 이번 취임식 하늘가에 떴던 오색무지개였습니다. 무지개는 희망의 상징이기에 부디 앞으로 5년은 마음 편하게 모두가 웃으면서 잘 살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줬으면 하는 기대가 컸답니다.

새벽 3시에 떠나 집에 돌아올 때는 밤 9시가 훌쩍 넘긴 힘든 하루였지만 탈북민으로서새로이 직무를 시작하는 대통령의 첫 발걸음을 함께 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마시고 건강하시기 바라며 오늘의 방송 여기에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