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지만 한국은 돈만 있으면 어디를 가도 잠자리와 먹을 것 걱정이 없으니 여행이 즐겁습니다. 이런 말도 기억이 나네요. “서울은 눈뜨고 코베가는 곳”이라며 복잡하고 사람이 많은 곳이니 시골 사람은 서울가면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서울에 손녀와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서울 나들이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는 학교에 가는 대신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저와 서울을 간 것입니다. 오전 10시 전에 기차를 탔는데 보통 자동차로 5시간 거리를 3시간만에 급행으로 달려서 서울역에 도착을 했답니다. 푸드코트라고 불리는 음식들을 판매하는 곳에서 순두부 찌개로 점심을 잘 먹고 기차역에서 내려 목적지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이번에 체험학습 신청까지 하고 손녀를 데리고 서울에 간 목적은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역대 대통령이 살면서 국정을 살피던 청와대 관람이었습니다.
먼저 영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드릴텐데요. 2021년에 시작된 “서울락스퍼인권영화제”가 올해에는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로 이름을 바꿔 한국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전당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의 영화제는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서울락스퍼인권영화제”는 북한주민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드라마 “장군의 아들”에서도 소개가 된 영화제작의 본산인 충무로의 명보아트시네마에서 제1회로 자그마하게 시작되었지만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서울특별시에서도 후원을 하고 각 계층의 저명한 인사들과 영화 감독들의 도움으로 그 규모가 커졌습니다.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에서 락스퍼는 한국의 참제비꽃인데요. 꽃말은 자유, 그리고 정의랍니다. 이 영화제를 직접 만들고 수고한 명보아트시네마 허은도 감독은 북한의 인권과 자유, 그리고 정의를 위해서 누군가는 문화적인 확산을 일으켜야 하고 한국의 문화계가 좀 더 노력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 영화제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처음 북한의 인권으로부터 시작된 영화제는 국제적인 인권문제 그리고 예술성과 다양성을 복합적으로 다루어낸 정의와 진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개막식에선 단편영화 시상식도 있었는데 젊고 유망한 감독들이 상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중국에서부터 라오스와 태국 등지로 탈북자들을 탈출시킨 어느 선교사의 생생한 증언과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잡혀갔다가 탈출하는 장면을 영화에 담은 청년 감독의 작품도 있습니다.
이어서 진행된 영화제의 첫 개막작은 홍콩의 시민혁명을 다룬 “시대혁명”입니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홍콩이지만 중국 정부에 귀속되면서 더는 자유스럽지 못한 홍콩 시민들의 항의 집회를 다룬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입니다. 진실을 위해 싸우는 홍콩인들의 시위는 비록 실패했지만 자유와 정의를 위한 홍콩인들이 흘린 피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편으로 든 생각은 만약 북한에서 이런 시위가 있었더라면 최류탄을 쏘고 최류액을 뿌리고 붙들어가는 정도로 그치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죠. 그 어느 나라든지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피를 흘리면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습니다.
개막식을 마친 후 정해진 호텔에서 늦은 아침까지 자고 일어나서 오전 11시에는 청와대 관람을 갔습니다. 어린 손녀에게 여러 가지를 많이 경험하고 체험하게 하고 싶은 할머니의 욕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살았던 곳이고 또 국정이 이루어진 곳이라 손녀에게 새로운 체험으로 넓은 포부를 갖게 하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국정을 운영하면서 지내던 곳인데 예전에는 경무부로 부르다가 지붕이 푸른 기와여서 청와대로 부르데 됐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대통령들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된 듯한 기분까지도 들었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가 개방되고 많은 시민이 관람을 하는데요. 보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가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최소 일주일 전에 신청을 해야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청와대를 보려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지요.
저는 손녀와 한달 전에 예약을 했습니다. 넓고 시원한 인왕산 밑에 있는 청와대 본채와 영빈관, 그리고 다른 나라 정상들과 만남도 가진 상춘재 앞에서도 여러 자세를 취하면서 사진을 남기고 나오는 길에 경복궁을 지나가게 되는데 한복을 입고 드나드는 남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나이의 손녀가 부러워하는지라 경복궁 옆에 있는 한복 대여점에 가서 옷을 빌려 입고 경복궁 나들이를 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기차 시간으로 인해 여유롭게 시간을 잡고 넉넉하게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멋있는 사진은 가득 남기고 왔지요.
경복궁은 조선시대의 궁전이었다면 청와대는 대한민국 건국이래의 궁전이었습니다. 이 경복궁과 청와대 모든 궁전을 국민에게 내어주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살아온 우리는 항상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는 북한을 떠올립니다. 평양의 높고 좋은 곳에 금수산 태양 궁전이 있습니다. 이 궁전에 들어가서 마음껏 보고 느끼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북한 주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해봤습니다. 언제면 남과 북 우리 모두 함께 평양과 서울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가 있을까요? 그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