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한국은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를 치르고 아직도 그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지방선거만큼 중요한 것이 교육감 선거인데요. 교육감은 각 시와 도 교육위원회에서 사무와 재정 모두를 총괄하는 직위입니다. 그래서 교육감이 누가 되냐에 따라서 교육의 질과 성향이 달라지고 예산이 달라지기에 서울은 물론 각 지역에서 새로운 교육감 선출에 신경을 쓰는 겁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나눌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입니다. 한국이나 북한이나 늘 요즘 아이들은 이라는 말을 들어보게 되는데요. 저희도 어렸을 때 늘 들어보던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요즘 아이들이라는 말을 가지고 오늘 방송을 하려는 이유는 자식을 다 키우고 쉴만한 나이에 외손녀를 돌보면서 지금 세대 아이들 교육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17개 시도 교육청의 수장인 교육감이 선출됐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우리가 선거 때 교육감까지 왜 신경을 써야 되지? 라고 생각했지만 안보교육으로 학교마다 다니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또 12살짜리 천방지축 손녀를 키우면서 학교 교육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지요. 아이들에게 애국가를 부르라고 하니 4절까지 아는 아이들이 없고, 6.25가 어떤 날인지 조차 모르면서 연인들끼리 쵸콜렛을 주고받는 날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목소리를 듣기 위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런 것들 때문에 교사들의 교권이 무너지는 일들도 일어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면서 잘못을 꾸짖을 때 매를 대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종아리 심지어 머리도 얻어맞았는데 지금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선생님은 바로 징계위원회에 회부가 되고 곤혹을 치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학교에서는 성인이 미성년자인 아이의 어깨나 머리 등을 쓰다듬으면 성희롱이라고 교육을 해서 지난해 처음으로 손녀가 집에 와서 할아버지가 등을 다독였다고 “할아버지 이거 성추행이 아니예요?” 라고 장난스럽게 물어서 맹랑했던 적도 있습니다.
아이 셋을 다 키워놓고 나이 오십을 넘어 외손녀를 키우는데 천방지축 외손녀를 보면서 집에서 너무 오냐오냐 다 받아줘 자칫 온실 안에 화초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한 예로 자립심을 키우고 자기가 한 것에 대해 확실한 보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밥 먹고 설거지를 하면 얼마를 주고 또 자기 방과 화장실은 매일 스스로 치우게 하려고 하지요.
우리가 북한에서 학교 다닐 때 거리가 먼 친구들이 십리 길도 걸어서 다녔죠. 겨울이면 입에서 나온 입김에 온 얼굴에 성에가 하얗게 끼고 입이 얼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도 지각 안하고 걸어오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한국은 그렇게 먼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는 일은 없습니다.
지역마다 일정한 구역 안에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저의 집 가까이만도 초등학교가 네개나 있고 중학교, 고등학교도 여러개 있습니다. 집에서 초등학교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0분을 넘지 않습니다. 그 곳에서 손녀와 손녀의 엄마, 그리고 이모, 삼촌 모두 졸업을 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북한처럼 졸업 사진을 찍어서는 사진첩인 앨범을 만듭니다. 저 역시 대학을 나오고 추억할 졸업 앨범이 있답니다. 한번씩 아이들의 졸업기념 사진을 들춰보는 것도 인생의 낙일 때가 있지요.
아침마다 손녀딸 가방을 검열합니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 필통에 만년필이나 볼펜 한 두 자루면 충분했는데 손녀딸 가방엔 필통만 여섯개, 그 안에는 각가지 색연필들로 꽉 들어차있습니다. 왜 그렇게 많냐고 하니 그림 그릴 때 여러 가지 색상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할머니의 촉으로 모두 압수를 했지요. 그림을 그리는데 취미가 있는 손녀딸이 색연필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빠르고 덩치도 큰 손녀에게 긴 바지와 긴 치마를 입혔더니 어느 날인가 가방 안에서 짧은 반바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손녀가 벌 받는 날입니다. 학교와는 달리 집에서는 자기가 정한 대로 종아리며 손바닥을 매 맞는 벌도 받지만 역시 아이들은 잊음이 헤픈가 봅니다.
한국은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의뢰도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 아이들의 성장판 치수를 과학적으로 알 수도 있고 여아의 경우 생리주기도 늦출 수 있는 호르몬 억제 주사도 맞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신체적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사회를 알아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는 남북한 모두 같은가 봅니다.
그 와중에도 한국 아이들은 말도 줄여서 합니다. 그 아이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른 세대를 아이들은 틀니를 딱딱거린다거나 또는 틀에 딱 박힌 고정관념이라고 “틀딱” 내지는 “꼰대”라고 하지요.
너무나도 급진하는 아이들의 성장속도에 발맞춰 나가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늘 들어왔던 지금 아이들은 또는 요즘 아이들은 소리가 어느덧 저의 입에도 붙어버린 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오십을 넘은 저 역시도 아직은 요즘 아이들이라는 말을 가끔은 듣습니다. 어르신들을 만날 때 찢어진 청바지를 보고 어머니들이 웃습니다. “남조선에서는 옷이 없어서 찢어진 청바지를 그냥 입었다냐?” 하시는 어머니들의 눈에는 내가 멋으로 입은 찢어진 반 청바지가 보기에는 거슬렸던가 봅니다.
이렇게 우리 어머니들의 악의 없는 지적과 그리고 저의 복장을 긁어 내리는 12살짜리 손녀를 비교해보면서 세대의 차이는 남과 북 어디나 다 똑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었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