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보수를 받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자원봉사활동이라고 합니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면서 모든 국민이 나이와 성별 직업이나 학력 등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조직을 만들어서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회단체나 조직들이 대한민국에는 엄청 많은데요. 저 역시 최근 서울에서 열린 인권영화제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 6월 4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서울락스퍼인권영화제"란 이름으로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락스퍼는 참제비꽃의 영어이름인데요. 락스퍼 꽃의 꽃말은 정의와 자유입니다. 이 영화제를 준비한 명보시네마아트 대표 허은도 감독은 인권을 문화적인 틀에서 바라보면서 전 세계적인 문화의 장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각 나라에서 인권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모두가 누려야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허 감독은 세계적인 인권문제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특히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하기에 이번 영화제에 선보일 영화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습니다.
이 영화제 개막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했고 또 목발을 짚고 두만강을 건너서 탈북에 성공한 지성호 국회의원은 개막식과 폐막식 모두 참석하여 북한인권은 문화예술적인 가치로 더욱 광범위하게 알려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지성호 의원: 북한인권을 얘기 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요즘이어서 국회의원이 된 이후로도 눈물 흘릴 때가 많습니다.
또 영화의 당사국인 일본, 터키, 폴란드대사관 관계자들도 참가하여 인권영화제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답니다. 이어서 락스퍼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제를 소개하는 이익선 사회자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익선 사회자: 락스퍼의 꽃말 자유와 정의 그리고 이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권을 더해서 저희 영화제의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저희가 두 가지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재밌다. 재밌어야 보고 마음이 동해 움직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하나는 북한 인권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소개된 영화는 일본 영화입니다. 제목은 "메구미의 맹세"로 13세 때 북한에 의해 납치된 메구미의 가족과 그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일본 그리고 국제사회 관계자들의 노고를 다루면서 그의 귀국을 촉구하는 이야기입니다. 메구미의 가족들은 40여 년간 사랑하는 딸을 찾는데 북한당국은 그의 유골이라고 일본에 유해를 보냈지만 DNA 즉 유전자 검사 결과 메구미 씨의 유전자가 아니었습니다.
메구미 씨는 왜 납북되었으며 그가 죽었다면 어찌하여 그의 유골은 고향을 갈 수가 없는지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당사국 일본 다음으로 한국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는 처음이라 인권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날은 "태양아래"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북한의 어린이를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즉 기록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은 평양의 진미라는 이름의 어린이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그 뒷면에 숨겨진 또 다른 진미라는 주인공을 발견하고 두 개의 필름을 만들어서 북한을 나와서 북한 어린이들의 두 얼굴을 잘 그려냈지요. 마지막에 진미에게 행복했던 순간을 물었을 때 진미의 대답은 "소년단 입단 선서"였습니다. 그 선서를 읽으면서 흘리는 진미의 눈물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어진 홀로도모르, 언플랜드, 그리고 미스터존스, 아일라 등 관객들에게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흥행을 이룬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김정은이 자신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독살 사건을 다룬 "암살자들"은 많은 관객으로 인하여 문전성시를 이루었답니다.
오랜 시간 서울까지 차를 운전해 가서 밤늦게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다시 온밤 운전해 집에 도착해서 몸살을 앓았습니다. 다녀와서는 며칠을 끙끙 앓으면서 만약 북한이라면 내 차를 가지고 자원봉사하려고 감히 서울까지 올라갈 엄두나 냈을까 싶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번 서울락스퍼영화제 3일간을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너무나도 강렬하게 느낀 것은 감옥의 문은 밖에서만 열수 있다는 이길원 시인의 책 제목입니다. 이번 서울락스퍼영화제는 한마디로 이런 문화, 예술, 그리고 영화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북한의 인권개선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문화적인 행사를 통해 북한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난 곳인 북한을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는 분명히 고향을 북한에 둔 탈북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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