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지난 회차에 서울 락스퍼 인권 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을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그에 이어서 폐막식에서 선보인 "암살자들"이라는 영화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영화 암살자들은 북한 김정은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 국제공항에서 자신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한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제작되어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어 많은 영화평론가와 관객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 수 있는 볼만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지요.
이 영화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보통 주인공은 당연히 북한의 김정은 일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우리 생각과는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은 김정남을 독살한 두 여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가 화학무기인 신경 작용제를 김정남의 얼굴에 묻히는 방법으로 암살하여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실제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김정남은 죽고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김정은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지만 다른 국적을 가진 두 명의 여인은 재판에 회부되어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 알려진 일이지만 사실 두 여인은 2개월 전부터 김정남의 암살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에 의해 인생이 망가진 두 여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가진 영화가 남한에서는 예술영화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아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17일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앞에서 있었습니다. 항의 시위에는 문화계 감독, 연출자 그리고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나서서 집회를 가졌답니다.
현장 시위: 자유를 찾아서 대한민국에 왔더니… 예술위는 이 영화를 예술 영화로 볼 수 없다며…..
영화 상영을 놓고 한편에서는 훌륭하고 의미가 있다며 찬사를 보내지만 다른 한편에서 상영금지를 내리는 것을 보면서 똑 같은 것을 봐도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집회현장을 다녀오면서 문뜩 북한에서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한편 보려고 회령 탄광기계공장 문화회관까지 기차 타고 가던 생각이 말이지요.
새로 나온 영화가 있으면 그 영화를 보기 위해 3시간, 많게는 5시간까지 길게 줄을 서있다가 힘들게 구매한 표를 들고 문이 터지게 밀려들어가는데 여린 소녀의 몸으로 인파에 끼워서 어쩔 줄 몰라 할 때 든든한 오빠나 아저씨들이 번쩍 안아서 데려다 주는 경우를 가끔 경험하게 되지요.
그와 달리 한국에서는 영화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하는데요. 아침이라 가격을 많이 할인 해주는 조조영화도 있고 밤 늦게 하는 심야영화라는 것도 있답니다. 누구나 영화를 보고 싶을 때 편한 시간에 가서 표를 사고 보면 됩니다. 영화관은 한 극장에 사람이 많아서 붐비는 일은 볼 수가 없답니다. 극장도 큰 곳은 상영관을 십여 개정도 구비하고 있어서 같은 시간대에서도 각기 다른 영화를 볼 수도 있지요.
극장 안에서는 팝콘이라고 하는 옥수수 튀기도 먹고, 탄산음료수인 콜라 등 여러 가지 음식들이 각광을 받고 있답니다.
영화표를 파는 것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들은 영화를 볼 때 이런 간식거리를 통해서 수입을 더 많이 올린다는 통계가 나왔답니다.
영화관의 수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이룰 이 영화를 대한민국 영화계에서는 왜 대형극장에서의 상영을 막으려고 하는 것인지, 탈북자의 눈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오늘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결정에 항의해주고 소리를 내어주는 분들을 보면서 북한에서 극장 안에 들어가기 위해 낑낑 댔을 때 나를 번쩍 안아 주었던 그 시절의 키다리 아저씨들을 만난 듯 너무 감사했습니다.
북한 인권뿐만 아니라 세계 인권 특히나 여성인권을 위해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내 가족, 내 형제, 내 누이처럼 지켜주고 보호해주어야 하는구나 하는 것을 체험하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우리 여성들의 인권문제를 위해 함께 나서는 분들이 전국, 그리고 세계 어디에든 있구나 생각을 하면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을 마칩니다.
여성시대-자유아시아방송 RFA 김태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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