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휴가철입니다. 한국은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한달 간 더운 날씨를 피해서 휴가를 가는데요. 이 기간을 피서철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오늘은 한국의 휴가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휴가철에 더위를 피해서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또는 시원한 바닷가로 떠나지요. 또 보통 때는 일상생활에 바빠서 만나지 못한 친한 지인들을 찾아서 다니기도 하고요.
얼마 전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 와보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휴가라면서 서울-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
녹취: 부산공항에 비행기로 내릴 거고 국제시장이 유명하니까 둘러보고 언니한테 갈까해요.
한국은 이동할 수 있는 비행 교통수단이 있는데 서울과 제주도는 물론이고 제가 사는 지역인 부산-경남 그리고 양양에도 국내를 운항하는 비행장이 있답니다.
국제비행장과 군사비행장도 있는데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국내선 비행장이 있어서 놀랐던 기억도 있답니다. 보통 비행기는 해외로 나갈 때 이용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휴가를 위해서 기차나 버스가 아닌 비행기를 타고 오다니 너무나도 호화스러운 생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답니다.
교통수단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하자면 한국에는 KTX, ITX 등 영어 이름의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도 있고 또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의 일반 완행열차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속버스는 전국 어디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저도 친구가 다녀가고 이틀 후 3박4일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다 자라 사회로 나가고 두 부부만 남은 저희는 지난해까지는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차에 짐과 텐트를 가지고 마음 가는 대로 다니는 관광휴가를 다녔습니다.
여기서 텐트라는 것은 방수가 되는 천과 모기장으로 된 천막인데 식구 수에 맞춰서 1인용, 2인용, 3인용 그리고 열 명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아주 큰 텐트도 있답니다. 보통은 4인용을 많이 사용하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 볼거리, 즐길 거리를 누리다가 맛있는 음식점도 찾아 다니고 또 해변에서 해수욕도 하다가 밤이 되면 자동차 전용 야영장인 오토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의 여정을 이어가기도 했답니다.
올해는 열 살이 된 손녀도 함께 휴가를 갔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했답니다. 예전처럼 오토 캠핑장을 가면 간단히 몸을 씻는 목욕시설이나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도 사람이 많이 붐비기 때문에 시설이 잘 꾸며진 민속촌을 휴가지로 정했답니다.
민속촌은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낙안읍성이란 곳에 있는데요. 한 마을 전체가 옛날 모습 그대로 초가집과 기와집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마을에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관광객들에게 안내원 역할도 하고 또 이곳에서 민박도 한답니다. 이런 민속촌은 옛날 문화도 배울 수 있고 또 대장금을 비롯한 유명한 드라마도 찍었기에 열 살 손녀에게는 훌륭한 교육의 장소이기도 했답니다.
북한에서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분들도 아마 한국의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면서 이 곳에서 이틀 밤을 보냈답니다. 옛날 옛적처럼 낮은 처마를 이고 있는 동네는 겉은 옛날 모습이지만 내부는 현대식 문화위생시설을 완비하고 있어서 며칠 머무르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답니다.
민속촌에서는 손녀와 함께 여러 곳을 보면서 추억을 만들었는데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적는 소원쓰기 옛날 옷을 입어보는 한복체험 그리고 농작물이 싹트고 밥이 되는 과정 모두를 체험 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낙안읍성에 올라 낙안마을 전경도 한눈에 보았답니다. 마을 안에는 포도청도 있고 옥살이와 유배, 처벌 등에 대한 것도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 한 것이 아니라 예술의 성과 순천왜성 그리고 순천만습지, 스카이큐브를 타고 순천만 국가정원을 돌아보면서 대한민국은 어디를 가나 볼거리가 넘쳐난다는 생각을 새삼 했답니다.
물론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인 북한도 어디를 가나 산 좋고 물 맑은 명승지가 있고 특히 금강산과 묘향산, 백두산은 세계에서 일러주는 곳이지요. 하지만 북한의 명승지는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가슴이 뿌듯하게 하기에는 너무나도 배가 고팠고 삶이 암담했었죠.
더욱이 산골에서 태어난 내 눈에는 바다란 신비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에 와서 보니 바닷가도 멀지 않지만 가정마다 차가 한 두 대는 다 있다 보니 어려서부터 바다가 그리웠던 탈북민들은 휴일이나 휴가철이 되면 자가용을 몰고 바닷가로 바람 쐬러 많이 간답니다.
저는 북한에서 살 때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어대진에 가서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았는데 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것이 수평선 저 멀리 보여서 얼마나 신기했던지 모릅니다. 그리고 연분진 견학을 가서 바닷가에 발을 담가 보고 바닷물이 이렇구나 하고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연분진은 동해안에 위치한 바다기슭인데 김정일의 모친인 김정숙이 항일유격대 시기에 찾았던 곳이라 해서 그곳은 기념사적지로 막아놓고 그 주변을 참관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처음으로 동백꽃도 보았고, 동해바다에서 막 잡아 온 살아있는 커다란 대게를 만져봤던 기억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아름다운 것, 좋은 것들을 모두 인민에게 돌려준다면서 자기들 다녀간 자리는 모두 기념유적지로 만들었던 김씨 세습 독재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 없이 그냥 그 생활이 받아 들여졌던 것은 지금 한국과 같은 생활을 우리가 누려보지 못했기에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막 휴가를 보내고 돌아와서 음식물을 담아놓았던 커다란 아이스박스 두 개와 빨래거리가 들어있는 여행용 가방 세 개를 정리하면서 북한에서는 휴가를 어떻게 보냈던가 돌아보게 됩니다.
북한에서는 고위급이나 빨치산 줄기, 백두산줄기에게만 허락되었던 휴양소와 요양소는 결코 인민인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탈북민 우리는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모두를 누리면서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자유아시아방송 RFA 김태희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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