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니 이제 가을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선 듯 합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푹푹 올라오던 열기는 점심 시간 앞뒤로 해서 제법 용을 쓰다가도 해가 저물면서 서늘한 바람에 고개를 숙이고 저만치 물러나는 듯싶습니다. 오래잖아 가을의 곡식을 다 삼키려는 태풍도 슬슬 올라오겠죠. 그때를 대비해서 고향에서는 얼마만큼 준비를 하고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가을은 한해 땀 흘려 일한 곡식을 수확하는 계절이기도 한데요. 늘 이맘때쯤이면 우리 민족이 가장 크게 여기는 8.15 해방의 날이 있죠. 또 다른 이름은 광복절 입니다. 8.15를 지나고 나니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대한민국을 사랑했던가 생각해보면서 오늘은 태극기와 나라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한국은 6.25 전쟁이 있었던 유월을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위해 힘쓴 사람들의 공훈에 보답한다고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오늘은 얼마 전 있었던 광복절을 보내면서 본 글이 떠올라 북한에서 느끼지 못했던 국기와 국화 그리고 애국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집니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쇠는 기념일이 있다면 8.15 광복절이라고 이야기 할 수가 있죠. 그리고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 추석 등도 있고요. 국경일 중에 8.15 광복절은 일본에 의해 강점 당했던 한반도가 해방의 날을 만난 날이지만 또 슬프게도 3.8선을 중심으로 두 개의 나라가 되어버린 비극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8.15 해방은 김일성이 항일무장 투쟁으로 얻은 자랑스러운 결말이고 일본이 조선에 대한 항복이었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국과 한국에서 배운 8.15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미명 아래 일본이 조선을 침공하고 만주로, 중국 전 영토를 지배하고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면서 미국의 코앞까지 다가가게 됩니다. 그러자 미국은 핵미사일을 일본에 떨어뜨려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아시아에서 자국의 군대를 철수하고 세계대전은 끝납니다. 이렇게 해서 한반도는 해방 되었지만 북한은 김일성의 사회주의 통치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는 둘로 갈리는 아픔을 겪고 있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북한을 공식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요. 물론 북한도 대한민국을 따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의 소속으로 정하고 있죠.
제가 오늘 8.15 광복절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국가 기념일도 기념일이지만 우리가 북한에서는 인공기 즉 북한의 국기를 바라보고 살았는데 한국에 와서 태극기를 보면서 가졌던 생각이 떠올라서 입니다.
한국은 인터넷 보급이 잘 돼있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을 하는데 우리 탈북민이 쓴 글이 인터넷에 떠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 이런 것이었습니다. 늘 광복절이면 태극기를 게양하는데 올해는 아파트에서 태극기를 게양하라는 방송도 없고 또 자기가 사는 아파트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이 자신의 집뿐이라면서 국가의 경축일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다면 나라에 대한 애국심을 무엇으로 표현 할 것이냐고 비판을 하셨어요.
저 역시 한국에서 법으로 정한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같은 5대 국경일에는 집에 태극기를 걸어놓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탈북민의 말을 듣고 보니 우리가 북한에서 살 때에는 아침 조회나 저녁 학습회 또는 생활총화 등 모임 때마다 인공기를 게양하라고 했었고 또 중요한 일이 있으면 깃발이나 꽃을 들고 거리로 나갔던 생각이 났습니다.
한번은 강연회에 갔는데 황해북도 어느 지역에서 간첩사건이 있었는데 남조선에서 머구리(잠수복)를 입고 들어온 간첩을 숨겨두었다면서 그 집 장롱 안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면서 태극기를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남조선 괴뢰도당들이 공화국 북반부를 침략할 야망을 가지고 집안 깊숙이 태극기를 숨겨둔 그들을 준엄한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하였다고 하면서 강연제강으로 들고 다니던 색 바래고 누런 얼룩까지 가득했던 태극기가 그때는 얼마나 무섭고 소름이 끼쳤던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태극기를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고 아름답고 귀하게 여기는 것인지 이 땅에 와서야 진정 그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인공기를 국기로 그리고 목란 꽃을 국화로 여기는데 한국의 국화는 무궁화랍니다. 피바다 가극에서 나오던 무궁화 노래가 생각이 나네요. 무궁화는 자라서 키를 넘건만 그리운 오빠는 오지를 않네...
혁명투쟁의 길에 나섰던 오빠가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고 그를 기다리는 동생, 매일매일 오빠를 그리는 마음으로 동구밖에 서서 노래를 부르며 오빠를 형상했던 그 무궁화가 대한민국의 국화랍니다.
그리고 또 중국에서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서 한국에 입국할 때 웃기는 기억이 하나 있는데요.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서 한국 대사관과 유엔을 통해 탈북자임을 증명을 하게 되는데 친구가 상담을 나갔다가 슬픈 얼굴을 하고 돌아왔지요. 모두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었답니다. 보통 상담을 하고 나면 자신이 한국으로 입국하는 순서가 되기에 모두 상기된 얼굴로 돌아오는데 이 친구는 풀이 죽어서 돌아왔으니 모두가 의아했답니다.
이 친구에게 풀이 죽은 이유를 물어보니 북한 애국가를 부르라고 했는데 한국의 애국가를 불렀다고 하더군요. 남은 속상하겠는데 이민국 수용소 안에 있던 우리 모두가 그만 웃겨서 배를 잡고 웃었어요. 얼마나 한국으로 오고 싶고 준비를 했으면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던 북한의 애국가를 잊어버리고 한국의 애국가를 뇌리에 심었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그 친구의 심정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이렇게 시작하는 북한의 애국가는 헌법에도 지정되어 있지요. 큰 행사 때마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나 김정일 노래 등을 부르는 북한과는 달리 한국의 애국가는 법에는 지정되어 있지 않지만 각종 행사 때마다 꼭 부른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탈북자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태극기를 사랑하고 애국가를 사랑하는 이유는 우리를 받아주고 아껴주는 대한민국이 고맙고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가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자유아시아방송 RFA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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