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부산 영도구 기암괴석 '태종대' 모습.
부산 영도구 기암괴석 '태종대' 모습. (/연합뉴스)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 입니다.

추석이 지나가고 이제는 제법 가을을 알리는 듯 하늘도 높고 흰구름도 뭉게뭉게 바람에 떠밀려 다닙니다. 오늘은 북한에서는 하루 밖에 못 쉬었을 추석이지만 3일에서 5일까지 쉬는 한국에서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했을까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탈북민들은 한국에 와서 이렇게 여러 날 쉬는 것을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할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녹취: 뒤풀이 했는데 친구들하고 놀고, 다투지 않고 싸우지 않으니깐 그냥 십 년 된 친구들이지, 코로나 때문에 모이질 못하고 하다가 "가자" 하고 낙동공원에 가서는 춤추고 노래 부르고…

저도 형제처럼 지내는 탈북민 동생이 다녀가고 또 가까운 곳에 모신 부모님 산소에 가시는 지인 분까지 다녀가면서 모처럼 이번 추석은 음식도 여러 가지로 하고 고기도 다른 때보다 많이 사고 나름 바쁜 추석을 보냈답니다. 또 추석이 끝나고 나서는 주말도 끼운지라 추석을 외가에 와서 맞는 손녀딸을 위해서 가까운 곳으로 바람을 쐬러 나가기로 했답니다.

제가 사는 곳이 부산 가까운 곳이라 부산에서도 유명한 태종대를 다녀왔지요. 태종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이웃해 있는 오륙도가 바라보이고 좋은 날씨에는 일본의 섬인 대마도도 볼 수가 있답니다. 또 태종대는 남해 바다와 동해 바다가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점심 시간을 맞춰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바다 저편에서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장대비가 쏟아져서 사람들이 주차장으로 몰려오네요.

저희는 차 안에서 내리지 않고 만들어간 두부 밥이며, 과일과 음료수를 꺼내서 먹었답니다. 지붕을 열고 유리로만 된 차 안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먹는 두부 밥은 정말 머라고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이 맛있었답니다.

가끔은 행사를 하거나 고향생각이 나면 두부 밥을 해먹는데요. 고향에서는 눈물의 두부 밥이었는데 한국에서 해먹는 두부 밥은 고향에서 먹던 만큼의 맛을 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고향생각을 하면서 즐겨 해먹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자주 해먹는 음식 중에는 두부 밥과 농마국수가 있고 가끔 인조고기 밥과 북한에서 해먹던 식대로 떡을 해먹기도 한답니다. 처음으로 두부 밥을 먹어보는 손녀딸도 맛있다고 앉은 자리에서 커다란 두부 밥을 다섯 개나 뚝딱 먹어 치우네요. 보온병에 담아간 뜨거운 물에 커피를 타서 마시니 저 멀리 먹장구름이 몰려오던 하늘이 파란색을 띠면서 어느덧 맑게 개었습니다.

저희는 다른 사람들처럼 차에서 내려서 태종대 전망대로 가려고 했는데 추석연휴인지 코로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순환전동차가 운행을 하지 않아서 유람선을 탈수 있는 차로 이동을 해서 자갈마당으로 바로 갔답니다. 한국에서는 배에 승선하기 전에는 꼭 전화번호와 이름, 생년월일을 기재해야 해서 남편과 손녀 그리고 저 세 사람 모두 명부에 기재하고 유람선을 기다렸답니다.

30여명 남짓하게 유람선에 올랐는데 그 중에는 어르신들께 효도관광을 해드리는 분들도 계시고 또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도 보였어요. 저희도 그들과 함께 섞여서 태종대의 멋진 자연을 배경 삼아 사진도 찍고 노래도 부르고 흥을 마음껏 돋웠답니다.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부산갈매기 노래와 자네와 나는 친구야 친구 하는 노래는 유람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기엔 충분했답니다. 덤으로 따라오는 갈매기 무리를 보면서 갈매기에게 줄 과자 하나 사 들고 오르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요즘은 유람선을 탈 때 갈매기에게 과자 주는 것을 금하기로 되어 있답니다. 갈매기가 사람들이 주는 과자를 받아먹고 자연적인 먹이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죠. 제 생각에도 과자에는 여러 가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조미료들이 있어서 자연생태 환경에는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럼에도 갈매기들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문뜩, 북한에서의 삶이 눈앞을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사람이 먹을 것도 없어서 힘들게 살았는데 그 곳에서는 내 입에 들어가는 것만 소중했는데 옆에서 사람이 굶어 죽어나가도 죄책감 하나 없던 제가 갈매기에게 먹을 것을 안 주어서 미안함이 생기다니...

그런 죄책감도 찰나,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바라보는 태종대는 깎아지른 바위로 둘러 쌓였고 너무나도 아름다웠답니다. 지금은 너럭바위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한 많은 세상을 등지려고 뛰어내렸다는 자살바위도 오늘만큼은 너무나도 멋스럽게 보입니다.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바다를 돌고 나서는 자갈마당에서 낙지며, 소라, 해삼 멍게를 즉석에서 잡아서 파는 포장마차도 있어서 그곳에서 다리를 잘라도 꾸물거리는 낙지와 북한에서는 비싸서 일반인들은 매매조차 금지된 해삼도 회로 먹었답니다. 물론 다른 곳에 비하면 비싼 편이지만 바다를 바라보면서 먹는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죠.

한국은 추석이 조상님을 뵙고 절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저뿐이 아닌 모든 국민들은 추석 연휴를 즐겁게 그리고 행복한 날을 만들어 간답니다.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때문이지요. 탈북자의 한 사람인 저는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날마다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면서 명절도 함께 보낼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