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 문뜩 텔레비젼을 보다가 리모컨을 손에 들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은 보통 텔레비젼을 볼 때 아내의 취향에 따라서 채널을 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저의 집은 항상 남편 중심으로 채널을 돌립니다.
한국은 북한과 달리 텔레비젼도 여러개의 채널이 있습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3사 공영 방송이 있고, 민간이 운영하는 종합편성체널이 있습니다. 공영방송은 안테나만 있으면 볼 수 있는 지상파로 방송 되고 민간이 운영하는 방송인 종합편성체널은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는 뉴스, 드라마, 영화, 스포츠, 종교 등 모두 합치면 몇 백개는 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채널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돌리다가 보던 방송이 끝나면 또 다른 채널로 돌리고 하기에 보통 집에서 성격이 급한 사람이 리모컨을 들고 있기가 일쑤인데 텔레비젼을 잘 안보는 저로서는 그 시간이면 다른 취미생활을 하느라고 리모컨 때문에 싸우는 일은 없답니다.
어떤 가정에서는 아예 자녀방, 부부방, 거실 등에 텔레비젼을 따로 장만해서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는 거실에 놓고 그 시간에 가족이 만나서 문화생활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합니다. 웃자고 밖에 나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저의 남편을 간이 큰 남자라고 놀립니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고 밥을 차려달란다고 해도 그 남자 간이 크네 합니다. 그만큼 한국의 문화에서 어느 사이엔가 여자의 지위가 높아졌다는 말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오늘은 한국가정들에서의 여성들의 지위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우선 가정들에서 어머니의 위치는 자녀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대화를 나누고 어려울 때 자신들을 보호하고 돌봐주는 사람이 아니라 돈만 벌어오는 사람으로 인식이 된다고 하는 한 설문조사를 봤습니다. 그런 설문조사를 보면서 어떻게 예전에는 남성 상위시대에서 여성 상위시대로 바뀌었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교육받을 때만해도 여성들도 역사의 한쪽 수레바퀴를 밀고나가는 당당한 일꾼들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남성 우월주의와 가부장적 제도로 인하여 여성의 지위와 사회적 인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미공급시기를 지나면서 여성의 위치가 많이 상승되기는 했지요.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해서 배급표를 타와도 배급소에는 쌀이 없고 얼마 안되는 월급으로는 장마당에 나가서 쌀 1킬로도 살 수 없는 금액이라 여성들이 장마당으로 다니면서 장사를 해서 하루 한 끼 죽물이라도 연명해야만 했던 그 시절, 남자들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여성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여성상위 시대는 어쩌면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사회적으로 그럼에도 사각지대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여성이 당하는 추행이나 폭력, 여성비하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그런 것을 고치고 바로잡으려는 사람들로 인하여 계속하여 비판되고 수정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여성 비하적인 행동을 바로잡는다는 미명아래 여성 상위권만을 생각한 오류들도 적지않게 일어나는 것이 한국사회의 한 면으로 보여지기도 하지요.
여성이 잘모해도 무조건 여자이기에 덮어두어야 한다는 억지성 발언들과 여성이기에 존중받는 성적인 의무조차도 여자이기에 거부해야 된다는 말도 안되는 억지주장들도 함께 일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심지어 여성들이 입는 속옷 착용거부를 하는 것 조차도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 하는 유명인들도 있고, 자신들의 주장을 가지고 집회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천태만상의 사람들 속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여성 성에 대해 한번 정도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자이기에 더 아름답고 여성이기에 더 이쁘게 꾸미고 싶고 여성으로서의 권한으로 엄마가 될 수가 있고 여성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자녀들의 엄마라는 존경을 받는 것은 우리가 여성이기에 가질 수 있는 고유 권한 입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이기에 더 사랑받는다고 생각이 되고요.
북한에서 남자들을 집을 지키는 멍멍이라고 할 때에는 철이 없어서 웃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아들을 키우고 어느덧 장가갈 나이가 되면서 남성과 여성을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여성 상위시대, 과연 내 아들에게도 행복할까?하고 말이죠.
20대 철없던 시절에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으로 가서 십년 세월동안 중국에서 보고 살아온 것이 남자들이 여성들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북한에서의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살다가 중국에서의 생활이 환상적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생활이 꿈만 같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저의 눈에는 늘 아버지를 존중하고 말대꾸 한번 안하던 어머니의 모습만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런 맹목적인 순종보다는 자신의 할 일을 알아서 잘 해주고 아이들도 알아서 잘 키워주는 여성을 원하는 사회로 변화하면서 여성들이 숨죽이고 살아가던 시대는 끝났지요.
좀 더 나은 시대, 좀 더 살맛나는 세상을 책임진 여성으로서의 자리와 책임을 한번쯤은 생각해보면서 여성이 만들어가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은 남과 북 어디라 할 것 없이 우리 여성들 몫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