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어쩌다보니 한일도 없는데 벌써 시월을 넘어 가을을 지나 보냅니다. 이맘때면 전화기에 전화나 문자가 한번씩 옵니다. 어디서인가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입니다. 여기가 어떤 곳일까요?
국민건강보험은 질병이나 부상을 입었을 때 비싼 진료비 때문에 병원을 못가는 사람이 없도록 국민이 평소에 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내고 병치료의 혜택을 보는 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관리하다가 필요한 경우치료비를 병원에 지급하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야 하고 보험료도 자신의 월 급여와 연 수익에 따라 내게 되는 겁니다.
제가 국민건강보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전화와 문자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해마다 해당 연령 국민에 한하여 국민건강검진을 실시합니다. 그래서 일 년에 두 세번의 문자와 한두번의 전화는 꼭 받게 됩니다.
친구들이나 언니들이 저한테 늘 건강검진을 소홀이 하지 말라고 충고 합니다. 그래도 자기 건강만을 믿고 여적 병원 가기를 저어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달리 먹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환절기 날씨에 건강도 많이 약화되었고 또 이해의 마지막 분기에 들어서면서 건강검진을 해봐야겠구나 생각을 해봅니다.
위에 종양이 생겼는지 또 헐지는 않았는지 검사를 하는 위 내시경도 한국에 입국하여 한번 하고 여적 건강하다는 이유로 미뤄왔고 여성이 잘 걸릴 수 있는 자궁경부암과 유방암도 대상자입니다. 올해부터는 날아오는 알림장에는 대장암도 대상자라고 나옵니다. 제가 어느덧 나이 오십을 넘기면서 대장암 검사 대상자가 되다니, 한국은 만 50세 이상부터는 대장암도 국가검진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경제적 능력이 되는 사람은 자기 부담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겠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사람은 어디 아픈 곳도 없는데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는 다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자기 부담없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득이 없는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받으면서 전액또는 적은 비용을 내고 병원 이용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렇게 해서 암이나 다른 질병에 걸리면 국가에서 거의 전액을 무상지원을 해줍니다. 이런 국민건강보험제도 혜택으로 탈북민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을 하고 잘 이겨내는 분들도 있답니다.
십 여명밖에 안되는 회령의 한 고향, 한 학교에서 온 친구와 언니는 갑산성암 수술과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고 국가의 의료혜택으로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답니다. 내가 북한이라면 이런 암을 조기 발견이나 했을 것이고, 이 수술 비용과 치료 부담을 안아가면서 살아있기나 할까? 라고 말이죠.
문뜩, 높아진 가을 하늘을 바라보니 고향에서 올려다보던 가을 하늘을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지난날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한국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우리가 북한에서 알고 배웠던 한국의 의료복지 제도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은 돈 없으면 수술도 못하고 병원에 못가고 죽어간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국민이 먼저 자기 건강을 위해 국민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놓았지요. 하지만 북한에서 배운 것이 모두 없는 사실은 또 아닙니다. 아직도 기초수급자로 통장에 잔액이 없으면 수술을 할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의료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7년 전 간이식을 할 때에도 수중에 돈 한푼 없이 저의 간을 남에게 주려 하는데 2천만원이라는 선불 금이 없으면 수술 할 수 없다고 해서 사람이 나고 돈 나왔지, 돈 나고 사람이 나왔냐고 책상을 치면서 울분을 토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행동이 선행이었기에 특별히 선불금 없이 수술을 진행했고, 보도로 이 소식이 나가자 사흘 만에 전 국민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비용도 내고 사후 관리도 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되기도 했답니다.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우선인 황금만능 주의인 것 같지만 그 속에서도 또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 제도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북한에서 살았더라면 평생 몰랐을 의료복지 제도와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으면서 치료 한번 제대로 받아 볼 수 없이 눈을 감으신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무상치료제라는 북한의 의료제공을 맘껏 받아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요. 세 번의 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저의 아버지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대학병원에서 5층까지 오르내리고 그런 아버지를 업고 다니던 그때 그 시절도 생각이 납니다.
뇌출혈이 걸린 어머니를 회령병원으로 모셔간다고 언니와 아버지가 담가에 어머니를 눕혀서 기차로 호송하다가 언니가 담가 채를 놓쳐서 뇌출혈 환자가 진탕에 뒹굴어서 더 심각해지던 그 시절, 그것이 무상치료를 자랑하는 북한에서 있었던 저의 가족의 일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간 서울의 현대아산병원은 성한 몸으로 수술에 임하는 저를 침대에 눕혀서 밀고 가고, 휠체어에 앉혀서 요양보호사들이 검사장까지 가주었지요.
이런 한국에서 살면서 국민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가 북한에도 시급히 도입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김태희, 에디터이진서,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