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11월 첫날의 문을 살포시 열어보니 어느덧 겨울이 다가옵니다. 찬바람이 부니 건강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는군요. 여성이 나이 오십을 넘으면 갖가지 병이 다 온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자식을 낳아서 키운 엄마에게 주는 증서가 있는데 그게 바로 골다공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노화현상이 온다는 거죠. 그만큼 세월이 가면 갈수록 여성의 몸이 많이 망가진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폐경이 오면서 여성호르몬도 불규칙적으로 활동하고 심리적인 파동도 많이 생깁니다. 이때를 한국에서는 갱년기라고 부릅니다. 갱년기는 여성 갱년기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남성 갱년기도 있지요. 이 시기를 잘 넘기면 황금기가 찾아온다고들 합니다.
저의 집에는 이제 사춘기에 막 들어선 천방지축 손녀와 오십을 갓 넘기면서 갱년기에 들어선 할미가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매일매일이 좌충우돌 전쟁이 아닌가 싶습니다. 갱년기가 무엇인지 모르던 옛날 같으면 이유 없이 화를 내면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라도 알자고 하겠지만 수년 전 먼저 갱년기의 절정기를 보낸 남편이 아내의 갱년기 시기를 파악하고 잘 이해를 해줍니다. 다른 집들이라면 왜 그래? 할건데 저의 집은 지금 한창 그럴때야 합니다.
그럴때마다 내가 너무하나 싶은 생각과 함께 고마움이 절로 들게 되지요.
하지만 철없는 손녀와 군을 전역하고 회사로 다니는 아들은 엄마의 심경변화를 알아내지 못한 답니다. 부모가 열을 생각할 때 하나라도 생각하면 효자라던 생각도 나네요. 나이를 들어갈수록 부모님이 그립고 부모님 속만 태우던 그 시절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지요. 그러고보니 어머니는 46세, 갱년기를 겪을 나이도 못되어서 돌아가셨습니다.
늘 돌아가신 부모형제가 그리워서 눈물 흘리던 그 모습을 보면서 갱년기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습니다. 십여년 전 저보다 열 살 위인 탈북민 언니가 자기 남편하고 싸우면서 이혼까지 생각할 때에도 갱년기인줄은 몰랐는데 어쩌다가 이야기 끝에 무심코 갱년기가 아니야? 하고 이야기를 했다가 그 쪽으로 상담을 받고 약을 쓰고 했지요.
2007년 태국에서부터 한국으로 함께 온 언니도 나이를 먹어가니 힘들어하는 것이 현저하게 보이는군요
녹취:저 가서 좀 피로하고 하니깐, 오늘 운전 겨우 하고 온다. 근데 어리어리 해가지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운전하고 온다니깐…
북한에서는 우리 부모님들이 갱년기가 무엇인지 알고나 사셨을까? 한국에 오신 탈북민 어머니들조차 세월이 참 좋다. 사춘기고 갱년기고 우리는 그런거 몰라도 잘 살았다. 이렇게들 말씀을 하시죠. 어찌보면 우리 어머니들은 그 나이에 갱년기보다는 가슴앓이를 더 많이 하지 않으셨을까 싶네요. 가슴에 한을 꼭꼭 담아넣으시고 어디에도 풀데가 없이 가슴에 통증을 안고 살아가셨지요.
텔레비젼에서는 뉴스나 영화 중간 중간에 갱년기에 좋은 약이라는 광고가 나옵니다. 나도 저걸 먹어야 하나? 매일 그런 고민을 합니다. 하긴, 아침마다 비타민을 갖가지로 챙겨먹고 또 위에 좋다는 약, 간에 좋다는 약 그리고 뼈에 좋다는 약도 빼놓지 않고 챙겨먹습니다.
30, 40대까지만 해도 이런 약을 먹으라고 남편이 손바닥에 털어서 들이밀면 귀찮아서 안 먹었는데 50살을 넘기고 허리 디스크도 심해지면서 이제는 내가 알아서 잘 챙겨먹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을 때는 여자들이 몸보신을 한 것이 아니고 남자들이 몸보신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광복거리 건설에 나갔던 오빠가 휴가를 오면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서 엿을 달여서 그 안에 개고기를 찢어서 다시 졸여서 단지에 담아서 영양보충 시켰고 중국에서도 여자보다는 남자들에게 영양보충을 많이 시키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어렸기에 미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고 가정의 살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여성이 자신보다는 가정의 기둥인 남편이나 아들을 먼저 챙겼구나 하면서 여성의 모성애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며칠전 갱년기를 쉽게 넘기려고 가격이 좀 나가는 침향환을 샀습니다. 부부가 나란히 같이 먹으면서 이 시련을 이겨내려고요. 북한에서 살아가던 그 시절에 비하면 시련이라 할 것도 없지만 한 가정에서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중년의 나이에 겪게 되는 갱년기가 공존을 해야 하니 이 시기가 시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텔레비젼 광고에서 좋은 약이 나오면 귀가 솔깃해서 보게 되고 건강식품도 찾아서 먹게 됩니다.
저번에는 친한 언니와 함께 대형 식품상점에 다녀왔지요. 언니는 나이가 들면 잘 먹어야 한다고 꿀을 다섯 통이나 샀습니다. 저도 오늘은 추워지는 날씨에 기침도 나고 목이 칼칼해나는데 시조카가 보내온 꿀을 따뜻한 물에 타서 먹어야지 싶습니다. 무엇이든 건강을 위해서 찾으면 쉽게 찾아지는 이곳에서 오늘도 건강하고 즐겁게 나이를 먹어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언제고 고향으로 돌아갈 땐 건강한 몸으로 가고 싶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서 고향이 그리운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더 있을까 싶습니다. 한가정, 3세대 격변의 사춘기와 갱년기는 오늘도 왁자지껄 충돌하면서 사랑을 키워갑니다. 이 방송을 들으시는 애청자 여러분께서도 찬바람 주의하시고 건강관리 잘하시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방송 마칩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