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한국에서는 세 여자 말을 잘 들으면 인생이 편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 여자는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자가용 차마다 꼭 있는 네비게이션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네비게이션이란 인공위성과 연결하여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잃지 않고 빠르게 안내하는 기계인데 여성의 목소리가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안내해주는 겁니다. 그래서 세 여성 중에 하나가 네비게이션이 꼽히는 것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네비게이션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가 있답니다. 남자 목소리로 바꿀 수도 있고, 기생이 남자를 기다리는 소리로도 바꿀 수가 있는데 언젠가 한번은 남편이 그 기생집 목소리로 설정을 해놨더라고요.
처음에 한 두번은 재미로 들어줄만 했는데 자꾸 들으니 아무리 기계음이라고 할지언정 듣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거예요. 그것이 질투라고 하기보다는 묘하게 기분이 언짢아지는데 그런 저를 보면서 남편은 네비게이션 하고 질투를 한다고 놀려먹네요. 어쨌던, 그래서 대개 보면 목소리가 또박또박하고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를 모두 선호를 하기에 세 여성, 엄마와 아내 그리고 네비게이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지요.
한국에 이런 위성항법 장치인 네비게이션이 2000년 초에 처음으로 나왔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네비게이션이 똑똑하진 않았답니다. 분명하게 목적지를 입력했는데 어느 바닷가 중간으로 가라고 해서 놀라거나 아니면 캄캄한 숲속 길을 달려서 도착을 해보니 어느 산속 무덤가나 길이 막힌 산중이어서 짜증이 날 때도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선택 사항으로 고속우선, 최단거리, 빠른 거리 등으로 자기 원하는 방법대로 설정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저는 2007년에 한국에 와서 직업훈련을 받고 일자리를 찾으러 회사들마다 면접보러 다닐 때 네비게이션 도움을 톡톡히 받았죠.
회사 경리직을 원했는데 한국의 지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주소를 받아서는 찾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했었죠. 이때 똑똑한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치면 안전하게 회사 정문까지 안내를 해줘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도 한동안 안다니다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보면 새로이 아파트가 건설이 되고, 없던 길도 생겨나는 한국입니다. 매일매일 변화하는 한국사회에서 네비게이션이 없다면 어디를 찾아다니기도 쉬운 일이 아닌 일로 되어버린 요즘입니다.
전에는 길에 세워둔 이정표를 보고 다녔고 지금은 그것보다는 내 차안에 있는 네비게이션이죠. 또 좋은 점을 꼽자면 한국의 도로들은 속도제한이 되어있는 곳이 많답니다. 학교가 있는 곳이나 노인보호 구역은 30km로 운전 속도가 제한되어 있고, 일반 생활구역은 50km, 자동차 전용도로는 80km이구요. 고속도로도 80km에서 120km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사정없이 밟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네비게이션에서 제한속도를 알려주고 그보다 빨리 달리면 경고음이 울린답니다.
그래서 이런 네비게이션이 없다면 한국에서 차를 어떻게 몰고 다니겠냐고 웃지요. 덕분에 길을 잘 기억을 못하는 길치라는 별명은 늘 달고 삽니다. 하지만 정보통신이 최고로 발달된 나라에서 살면서 그런 별명은 개의치 않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길치이고 지금보면 무능력한 내가 북한에서 그냥 살면서 지리를 어떻게 알고 살아갔을까 신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북한의 생활상 어디를 크게 다닐 일도 없지만 그럼에도 여기저기 곳곳을 누비고 다녀야 하고, 모든 것을 도보로 다녀야 하는데 행방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배낭을 메고 여기저리 마을마다 골목마다 다녀도 그 곳이 어떤 마을인지 알지 못하고 다니죠. 오죽하면 탈북하려던 사람이 얼음 덮힌 강을 건너고 두만강으로 착각을 하고 만세를 불렀는데 그 곳이 북한이어서 경비대에 끌려갔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을까요.
이제는 차안에 네비게이션만 발달한 것이 아니라 휴대폰에도 인공위성인 GPS가 장착이 되어서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구글 등 여러 인터넷 회사들에서도 네비게이션을 공유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답니다. 그래서 걸어서 길을 찾을 때에도 내 위치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어디든지 찾아갈 수가 있고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그래서 한국에서 고향을 보고 싶으면 구글지도로 고향을 찾아봅니다.
저 역시 그렇게 고향마을과 내가 살던 집을 찾아봤습니다. 그러면 사람의 움직임까지도 볼 수가 있지요. 하나도 변하지 않은 고향땅과 고향집을 화면으로 보면 마음 한곳이 짠해집니다.
실향민 세대가 그리움을 안고 눈을 감았는데 이젠 그 세대도 몇분 안남으시고 이산의 아픔은 탈북민들의 세대로 넘어왔네요. 먼 거리를 돌고 돌았지만 네비게이션도 없는 인생의 목적지를 찾아 힘들게 넘어지고 엎어지고 갈팡질팡 하다가 그래도 결국은 자유의 땅으로 찾아와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정확한 길을 안전하게 찾아주는 네비게이션처럼 내 인생의 정확한 목적지로 이끌어줄 네비게이션도 장착을 해야 하겠구나 생각을 합니다. 비록 가끔은 에돌기도 하고, 좀 더 지름길로 가려고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와 산속 오솔길도 있을지언정 정확한 목적지를 향해서 안전하게 달려간다면 잠시 잠깐의 험난함을 이겨내면서 모두 힘을 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 인생의 올바른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말이죠.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