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과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웬 쓰레기냐구요? 하긴, 북한에서는 쓰레기가 따로 없이 비닐이나 플라스틱은 최대한 재활용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닐을 재활용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북한에서처럼 라면봉지도 다림질하듯이 쫙 펴서 사용하던 그런 일은 더욱더 없지요. 대신 일회용 컵이나 접시 그릇 등을 사용하는 일들이 빈번해졌습니다. 그래서 쓰레기가 넘쳐나서 이런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소각장에서 태우면서 되도록이면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들이 일어납니다.
북한에서 한때 유럽국가들에 가서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 일을 하는데 노동자들을 파견으로 보냈었죠. 노동자들은 유럽에서 쓰레기를 정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들을 모아서 북한으로 보냈지요. 그때 교두를 통하여 커다란 트럭에 쓰레기를 꽉 박은 차들이 줄을 지어 넘어왔고, 거기서 떨어지는 라면봉투를 사람들은 귀한 물건을 줏듯이 주어서 다림질해서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쓰레기를 한국에서는 따로 분리수거를 하는데 중국이나 미국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커다란 봉투에 넣어서 쓰레기 놓는 곳에 놓더라구요.
제가 중국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을 때 생각이 납니다. 북한으로 날아온 친척의 편지에서 기억한 주소 하나를 가지고 무더운 7월 마지막 날에 연길의 어느 길거리에서 친척집을 찾아서 헤매는데 길모퉁이에 커다란 쇠로 만든 쓰레기통이 있었죠. 한 여름에도 겨울 동복을 걸치고 머리에는 철도 모자를 쓴 자그마한 체구의 사내가 그 커다란 쓰레기통에 붙어서 무언가를 들추더니 그 안에서 시커먼 봉다리 하나를 주어내는 것이죠. 뭐지 싶어서 보고 있는데 그 안에서 하얀 이밥덩어리가 나오더라구요.
누가 덥칠세라 마구 입으로 집어넣던 남자는 그대로 또 일어서더니 쓰레기통을 헤집습니다.
그러더니 애기 머리만한 수박 한 통을 집어내서는 그대로 모서리에 팍, 하고 치니 수박덩어리가 그대로 쫙! 하고 갈라집니다. 그 수박을 그대로 입에 대고 먹으니 앞섶을 열어젖힌 배위로 수박 물이 땟물과 함께 줄줄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저를 길안내 해주려고 같이 떠나온 30대 아저씨가 저를 보면서 하는 말이 “어이, 저거 보오, 중국에 거지는 우리보다 한참 낫소.” 하는데 얼마나 서럽던지요. 8월 초하루 날의 땡볕 날씨에 친척집을 찾지 못해서 점심도 굶고 여기저기 발이 부르트게 다닌지라 거지의 몰골을 보면서 우리의 신세가 처량해졌던 것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언젠가 미국으로 가서 거지를 보았는데 위에는 두꺼운 솜동복을 입고 하의는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었는데 한국에서 많이 일러주는 나이키라는 명품 반바지와 슬리퍼를 걸쳤더라구요.
북한에서 태어났던 우리는 잘 사는 나라의 거지들보다도 못먹고 못입었구나, 사회주의 나라에서 남의 것을 욕심내지 말고 살자하던 구호가 그래서 나왔구나 생각이 들었죠. 물론 자기들은 잘먹고 잘 살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잘 사는 남의 나라의 것에 현혹되지 말라고 가르쳤고, 요구했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봐도, 길에서 떠도는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봐도 저에게는 늘 색다르게 비쳐옵니다.
한줌밖에 안되는 강아지를 북한이라면 키웠을까? 애완견으로 강아지를 키울 정도로 삶이 허락이 되어 있을까? 만약 이 강아지가 북한이라면 살아나 남아 있을까? 유기견, 유기묘들도 캣맘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사료를 가져다주고, 물을 떠주고, 잠자리를 돌봐줍니다. 만약, 북한이라면 어느 사이엔가 사람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인데 말이죠. 이런 모습은 삶이 풍요로운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들이랍니다.
한국에서는 중국이나 미국처럼 쓰레기를 모두 가져다가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따로 모아서 재활용을 합니다. 그래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많은 탈북민들이 번거롭고 귀찮아했습니다. 하지만 종이를 따로 모아서 종이공장에서 새로이 생산되고, 비닐 또한 따로 모아서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된다면 그 또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랍니다. 그리고 안타는 쓰레기는 따로 보내고 최종적으로 태워야 하는 쓰레기는 그냥 소각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생산하는 종량제 봉투라는 것에 넣어서 보내져야 합니다.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이 돈은 지방정부의 수입이 돼서 다시 주민들의 복지에 사용됩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그런 쓰레기를 태워서 나오는 열을 가지고 난방을 해결합니다. 다른 지역들과 달리 집중난방식이 아닌 지역난방이라는 것을 사용하면서 24시간 따뜻한 물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있지요.
그러고 보니 북한에서 배울 때 한국은 세금을 못내서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북한은 세계유일의 세금 없는 나라라고 찬양하던 생각도 나는군요. 한국에서는 수도세, 전기세 등을 3개월간 내지 못하면 단수와 단전이 되고 임대료나 집값을 못내면 집에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국가적인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이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병에 걸리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 정신적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국가에서 임대를 해주는 국민임대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부담을 최소화 시켜서 우리가 북한에서 들었던 그런 비극은 흔치 않습니다.
생활이 윤택할수록 버려야 하는 쓰레기 더미는 집안 구석에 쌓아져 갑니다. 내일은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입니다. 쉽게 내다 버릴 수 있게 오늘도 박스는 박스대로, 패트병은 패트병대로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놔야 겠군요.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