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은 겨울을 맞아 일 년 중 반년 식량이라 불리는 김장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북한의 추운 함경도 쪽은 10월 중순부터 말경이면 김장을 벌써 다 해 넣었을 것이고 강원도지역은 11월이 되면 김장을 하지 않았을 까 생각이 되는데요. 한국은 보통 김치를 빨리하기도 하지만 지금이 딱 김장 적기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저는 아직 김장준비는 해놨지만 아직은 김치를 담글 생각을 안하는데요, 좀 더 추위가 닥친 12월에 할까, 아니면 내년에나 김치를 담가 먹을까 고민 중이랍니다.
한국은 사회적으로 여러 단체들에서 김장나누기를 해서 나눠먹는데 특히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탈북민들과 함께 김장 나눔을 하는 단체들이 늘어나지요. 먼저 탈북민들의 정착기관인 하나센터에서 해마다 김치를 하는데 탈북민들이 하나센터에 가서 김치를 버무려서는 한 통씩 나눠서 가지고 온답니다. 올 해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갔는데 한사람에게 두 박스씩 나눔을 해서 어르신들과 다섯 명이 한 차에 가서 트렁크에 김치를 가득 싣고 왔답니다. 그리고 또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에서도 김치를 해서 나눔을 한다고 연락이 와서 제가 사는 지역에 있는 탈북민들에게 문자로 연락도 하고 명단도 작성하고 몇 일간을 김장 나눔 준비를 한다고 바빴답니다.
해마다 우리가 김장을 이렇게 나눔을 해서 가져오면 김치냉장고안에 김치는 여러 가지 맛이 나기도 하지요. 가끔은 교회들에서도 탈북민의 이름을 지어서 김치를 보내주는 경우도 있는데 어느 해에는 김치가 일곱 가지 맛이 난 적도 있답니다. 그건 일곱 곳에서 김치를 보내주어서 받았다는 말이겠죠. 그렇게 김장철이면 김치를 나누고, 또 나눠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김치를 담그면서 꼭 해먹는 것이 있답니다. 돼지고기를 삶아서 수육을 해먹는 것인데요. 갓 양념을 버무린 배추김치를 쭉쭉 찢어서 큼직하게 썬 돼지고기 한 점에 둘둘 말아서 먹으면 음~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요. 그리고 개인 집에서 김장을 한다고 해도 공장이나 농장들에서 배추를 맞춤하게 절여서 팔기에 본인들이 요구대로 집에서 배추 초절임도 할 수도 있고 절인 배추에 양념만 버무리기도 한답니다. 한국의 배추김치에는 보통 멸치젓갈이나 새우젓이 들어가는데 북한의 김치에는 명태를 넣는 경우가 많죠. 한국식으로 멸치젓이나 새우젓은 깊은 맛을 낸다면 북한 식의 명태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내기도 하지요.
이제는 한국에서 십여 년이 넘게 배추김치를 담그지만 김장철이 될 때마다 저는 북한에서 절인 배추를 구루마에 싣고 강변에 나가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배추를 씻어다가 김장을 하던 생각이 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찍이 집안 살림을 해야 했던 저에게 가장 힘든 일은 이불 빨래하는 일과 김장을 하는 일이었지요. 강변의 물은 얼마나 차가운지, 그래도 그 강변 물에 배추를 씻어서 물이 뚝뚝 흐르는 배추구루마를 끌고 와서는 준비한 양념을 버무리지만 고추가루도 변변치 않고 마늘도 몇 대가리 준비하지 못하고 소금과 미원(맛내기)을 주로 넣어서 얼추 버무린 배추지만 그래도 김장이라고 수량만 가득히 식구 수만큼 독을 준비해서 김치를 해 넣으면 그나마 겨울은 그걸로 나겠구나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냉장고가 없는 북한에서는 추운 겨울이라 땅을 파서 김치 움을 만들어서 김치를 넣는데 제대로 양념도 못한 김치지만 자연이 만들어주는 온도에 잘 숙성이 되어서 꺼내면 찡하고 톡하고 쏘는 맛이 한국의 김치냉장고에서는 절대로 낼 수도 흉내도 못 낼 맛이죠.
그래서 더더욱 고향의 그 김치 맛이 그리워지는 올해인가 봅니다. 한국에서도 땅에 움을 파서 북한에서의 김치 맛을 보고 싶지만 제가 사는 지역은 날씨가 따뜻해서 땅이 얼지 않으니 북한에서의 살얼음이 동동 뜬 가슴까지 시린 진정한 동치미 맛을 볼 수가 없답니다. 모두 인위적으로 냉장과 냉동의 기술을 빌린 맛이라 더 더욱 그때 그 맛이 그리운 것이죠.
올 해는 가을에 비가 많이 와서 배추가격이 비싸졌지만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배추김치 행사들이 많은데 북한은 배추를 인구수에 따라 배급처럼 나눠주고 하니 예전처럼 식구 수만큼 김장독을 채워 넣을 수 있을까 싶네요. 미공급이 한창이던 때에 농장에서 떡잎들을 주어다가 지붕 위에 가득 널어놨는데 한밤중에 쿵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지붕 위 시래기를 다 걷어가던 일이 새삼스레 생각이 납니다. 북한에서는 어느 집이라 없이 그 시절은 모두 힘들게 살 때였는데 노랗게 떡잎이 되어가는 시래기도 삶아서 잘게 썰어서 쌀 한줌 불려서 밑에 깔고 시래기 밥이라도 해먹느라 주어다가 널어놓은 것인데 한겨울에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지붕 위에 시래기도 놔두지 않았던 것이죠. 시래기뿐 아니라 든든한 열쇠를 잠근 김치 움의 열쇠도 부수고 김장김치를 도둑질해간답니다.
어쩌면 김장김치를 담그는 철은 서로 이웃 간에 도와주고 또 도움 받고 김치포기를 서로 나눠먹고 하는 가장 풍요로운 시기인데 북한에서 김장철은 더 이상 이웃과의 나눔이 사라진 김장이기도 했지요. 옛날 우리 조상들이 품앗이로 서로 돕고 살던 그 아름다운 미덕은 모두 사라지고 내 것만 지키기 위해 악착해져야만 했던 북한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서로 나누고 아끼고 돕는 그런 사회적 배려, 사회적인 존중이 남아있습니다.
북한에서 배운 자신만을 챙기는 자본주의보다는 서로 돕고 나눔을 베푸는 선행들이 더욱 꽃을 피우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그런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곳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찾아온 자유 대한민국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었습니다.
기사 작성 김태희, 에디터 정영,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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