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있는 송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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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한국에서 탈북민들의 모임 입니다. 북한식으로 이야기 하면 모임이라기보다는 회의라고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2021년도 다 가고 곧 새해가 밝아옵니다. 한국에서는 신정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순 우리말로는 새해라고 하지요. 한해를 마무리 하는 연말이 되면 북한에서는 결산총화를 하느라고 회의를 하고 또 여러 가지 당의 지침들과 학습들을 하느라고 바쁜 시간을 보내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연말이면 각종 회식과 송년회 등이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그런 모임들이 많이 자제가 되었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단계적으로 일상생활을 회복한다는 위드 코로나로 잠깐 전환이 되면서 모임들이 활성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도 탈북민들의 단체 모임에 참가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답니다.

제가 있는 지역에서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북한이탈주민자립협회”가 올해가 다 가기전에 탈북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연말행사를 마련했는데 지역에서 함께 탈북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는 지역 유지들과 인사들이 오셔서 환영사를 하고 좋은 말씀을 하였답니다.

행사장 현장음: 2021년 잘 마무리하시고 다가오는 2022년에는 최고로 빛나는 사람이 되어 주시를 빌면서 …

이렇게 지역사회에서도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탈북민 스스로가 열심히 살아간 것도 있지만 탈북민들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들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감당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행사에서는 또 지방경찰청에서 탈북민들과 단체장들을 향한 북한의 해킹에 대비한 강의를 했는데 강의를 듣다보니 저도 해당이 되더라구요. 해킹은 개인 컴퓨터나 통신망에 개인의 허락없이 접속해 정보를 빼간다는 말인데요. 전자우편이라 불리우는 이메일로 모르는 내용이 계속 와서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평범한 일반 시민인 나한테도 누군가 해킹 이메일을 보낼 줄은 몰랐답니다.

강의를 듣고 나서 제 사연을 이야기 했더니 경찰청 직원들이 저의 메일을 검토해보고 또 이튿날에는 저의 사무실까지 와서 메일을 모두 흩어보고 검사하고 했답니다. 경찰청 직원이 저의 이메일을 흩어보는데 물론 북한의 해킹에 대비한 것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북한에서 살 때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검사 받던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더라구요.

행사 말미에는 탈북민들의 장끼자랑이 있었습니다. 원하는 사람은 무대에 나와서 노래부르고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등수에 들면 선물도 받아갈 수가 있답니다. 한국은 이런 장기자랑이 참 많은데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일반 국민이 오디션 즉 면접을 보고 당선되면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서 대상을 받게 되면 커다란 상과 물질을 선물로 받는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전국노래자랑이나 또는 국민가수에 나가서 가수가 될 꿈을 꾸기도 한답니다. 우리 탈북민들 중에도 그렇게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러서 등수에는 아쉽게 오르지 못했지만 이름을 알린 분도 있지요.

그런데 노래를 부르면 탈북민과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노래에 차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발성법에서 특이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발성을 배운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배에서부터 울려나오는 울림이 많은데 한국 노래는 그렇게 부르는 창법을 선호하지는 않는답니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은 트롯트와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데 어떤 곳에서든 흥을 돋구고 덩실덩실 춤이 나오게 한답니다. 물론 우리 탈북민들도 서정적인 사랑을 주제로 하는 노래보다는 트롯을 좋아해서 장끼자랑에 나가면 모두 트롯트를 부른답니다.

장끼자랑 이야기에 북한에서 있었던 웃겼던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갓 중학교를 졸업하고 학급이 모두 농촌진출로 농촌에 나갔는데 그 중에서 남자 몇 명은 군에 나갔죠. 그 친구 중에 한 명이 일 년이 지나자 휴가를 받고 집으로 왔는데요. 열병식에 참가하고 표창휴가를 나온 것이었답니다. 당연히 군대 나갔던 첫 동창생이 휴가를 나왔으니 모두 모여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점심 식사도 맛있게 하고 북한 특유의 오락시간이어서 돌아가면서 노래 한곡조씩 뽑는데 제 차례가 되었답니다.

그날 휴가를 나온 친구가 사과를 배낭에 메고 왔는데 그 사과를 한사람이 한 알씩 먹게 내놨죠. 그래서 그 사과를 다 먹고 나서 꼭지를 한 접시에 모두 모아 놔두었는데 제가 노래를 부르던 찰나에 식사하면서 술 한 잔을 마신 친구가 누가 보던 말던 그 사과꼭지를 먹는데 내려다보여서 그만 웃겨서 원래 잘 부르지도 못하던 노래를 망쳐버렸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웃기는 이야기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슬픈 이야기이지요. 우리에게 그 사과 한 알도 먹어볼 기회가 없어서 자신감이 넘치고 남의 눈을 의식해야 할 나이에 그깟 사과꼭지 하나에도 자존심 다 버리고 먹고 싶었을까? 당시 장끼자랑에서 노래는 망쳤지만 늘 가슴 한 켠에 맴돌면서 잊혀지지 않던 이야기를 오늘 방송에서 꺼내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먼저 온 사람들이 후배들을 위해 서로 돕고 이끌 수 있는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탈북민들의 복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단체들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자립지원협회”는 북한을 탈출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의 일자리 지원과 의료연계 그리고 물질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답니다. 북한에서 나만을 위해 살아야 했던 탈북민들이 이제는 선배가 후배를, 중장년이 어르신들을 돌보고 이끌면서 탈북민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었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