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가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기려는 분위기 입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하여 모임이 금지 되었다가 풀린 첫해라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분위기죠. 크리스마스는 우리말로 하면 성탄절인데요. 아기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해주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날입니다.
북한에서 살 때에는 크리스마스가 어떤 날인지는 모르고 그냥 외국 기념일로만 알고 있었죠. 크리스마스 전날에는 김정일의 어머니가 태어난 날이라고 지방에서 과자나 기름 1인 100그램 정도씩 배급해주곤 했답니다. 그것도 제가 살던 곳이 김정숙이 태어나서 자라난 회령이라서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늘 크리스마스 날짜를 헷갈려서 기억할 때가 많았답니다. 이때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전등장식을 해서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집니다. 몇 년 전에는 유명한 부산의 남포동이라는 곳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하는 곳에 가서 탈북민 이름으로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반기는 트리 점등식에 참가하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 뜻깊은 크리스마스를 기릴까 하고 고민하다가 예수님의 사랑을 이웃들과 함께라는 의미로 탈북민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먼저 탈북민들 자녀를 선정하여 작지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장학금을 전달하고 또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에게 온정이 깃든 선물을 함께 나누기로 했지요.
올해 선정대상은 열심히 일하면서 한국사회에 정착을 하려는 탈북민 중심으로 기준을 잡았답니다.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제가 더 뿌듯했습니다.
탈북민 : 아니, 일하느라고 모두 (바쁜데…) 장학금을 줘서 고맙다고 …
장학금은 제가 이끄는 단체에서 주관을 하지만 저를 후원해 주는 교회들에서 보내준 성금입니다. 그런데 고납다는 인사는 제가 다 받습니다. 특히 제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탈북민들을 위해 사용하라고 매해 예산을 책정을 해서 보내줍니다. 이런 자금일수록 아껴서 잘 사용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해갑니다.
탈북민을 위해 기도해 주고 물질로 후원해 주는 이런 교회, 이런 교인들이 많은 한국 땅에서 살면서 우리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장학금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부모님들이 교회가 아닌 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면 할 수록 힘들어서 다 내려놓고 싶다가도 또다시 탈북민정착사업에 힘을 쏟습니다.
장학금 전달식을 마치고나면 맛있는 식사를 합니다. 가까운 거리의 식당에서 바닷물고기 회를 먹지요. 북한에서는 회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중국에 있을 때 식당에서 일을 많이 하다보니 횟집들도 다니면서 회를 먹는 법도 제법 배웠습니다.
더욱이 연말이라 겸사겸사 송년회도 같이 하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연말에 하는 행사를 한해를 보낸다는 의미에서 송년회라고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올해 힘들었던 것을 다 잊어버린다는 의미에서 망년회라고 불렀던 것 같군요. 예전에 한국에서도 망년회라고 하다가 지금은 모두 송년회라고 부릅니다.
올해는 여기저기에서 송년회를 한다고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해옵니다. 일일이 다 다니기는 버겁지만 그래도 몇곳은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인연을 다시 보기도 하고 지역사회에서 힘을 쓰는 소위 말해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과의 친분도 쌓게 됩니다. 저도 오랫동안 단체를 이끌어오면서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다음해를 위해 사업 준비를 하려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거죠.
그래서 탈북민들과의 송년회도 준비 하고 또 탈북민들에게 후원해줄 후원자들을 찾아서 모임을 만들어갑니다. 십여년간 저를 꾸준히 지켜보시며 후원해 주신 목사님들과의 만남도 이 해가 가기 전에 계획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에 두고 그리고 연말연시를 맞아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올 한해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바로 어제가 신년이었던 것 같은데 또다시 새해를 맞는구나. 세월은 흘러가는데 내가 해놓은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져봅니다.
잠시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대해 얘길 하자면 한국은 이날 산타클로스가 와서 아이들이 잠을 자는 밤에 몰래 집에 와 선물을 주고 간다고 합니다. 커다란 양말주머니를 벽에 걸어 두면 거기에 선물을 넣어간다는 겁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지 그렇게 아이들이 알고 자랍니다. 오직 북한의 아이들만 모르는 동화이지요. 사실은 부모들이 아이들 선물을 사서 아이들이 꿈나라에 간 사이에 머리맡에 선물을 놔두는데 말이지요.
요즘 아이들은 똑똑해놔서 산타할아버지가 집집을 돌아다니지 않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말인것처럼 자기가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부모님에게 흘립니다. 부모님이 사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저희는 손녀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이미 상점에 가서 이쁜 겨울 잠바와 바지 등 옷을 가득 사서 안겨주었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란 것 같아서 인터넷 주문으로 이쁜 윗도리 두개를 더 샀습니다. 그 옷들이 크리스마스 전날에 도착하면 진짜 산타가 보내주는 선물이 되겠군요.
탈북민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면서 북한에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머니를 들고 찾아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북한 아이들만 모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국에서는 또 많은 탈북민들이 북녘 땅을 바라보면서 간절한 기도를 올리겠지요. 그 많은 탈북민들의 마음을 담아 북녘에 계시는 청취자분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